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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움
글쓴이 석굴암 등록일 2009-12-15
첨부파일 조회수 784

그리움 (글 박청호)

 글 재주도 없으면서 마음이 감상적이어서(이래도 저 참말로 부드러운 여자예요) 나한지에 글을 쓸수 있어서 참 좋다. 매끄럽게 다듬을 줄도 모르고 갖은 수식어를 사용할줄 모르지만 그냥 있는데로 쓸수 있어 참 좋다.

 오늘 밤도 몇자 적으려고 컴퓨터 앞에 품을 잡았다. 며칠 전부터 여행병이 도졌기 때문이다. 가끔은 여행병이 도질 때가 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가고 싶은 곳이 별안간 너무 많다.

 몸이 갈 수 없기에 마음으로 별난곳을 다 다닌다. 대개 여행병은 과거에서 오지 싶다. 새로운 신천지 보다는 이미 다녀온 곳으로 클로즈-업 되기 때문이다. 이병이 도지면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괜시리 먼 하늘을 바라보고 눈을 껌뻑껌뻑한다.

 마음은 향상 어린시절로 돌아가 옴마 젓무덤으로 먼저 손이 간다. 솔찍이 고백하건데, 나는 6살때까지 엄마 찌찌를 쭉쭉빨고 14살까지 학교 갔다오면 엄마 가슴으로 손이 들어갔다. 1차에 실패하면 2차 3차까지 시도해서 만져야 직성이 풀렸다.

 (비밀공개)그때의 어머이 눈빛은 눈동자가 옆으로 쏠리면서 “에라 이 철딱서니” 하시는 것 같이 손을 위로 치켜드신다. 그 손을 꽉잡고 “와 엄마는 내가 싫나. 나는 엄마가 좋다.” 하고 쳐다보고 애교를 떨면. “애고 요놈의 가시나 우짜모 조으꼬” 하신다.

 나는 그때가 너무도 그립고 좋다. 나는 8남매의 막내로 젖이 부족하여 옛날 불 때는 밥솥에 양재기를 얹져 밥물을 받아서 먹였다고 한다. 그래도 우유를 먹지 않아 요즘 애들처럼 뿔이 없어 떠 받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릴 때 많이 아프기도 하여 엄마의 애간장을 많이도 태워 드렸다.

 아픈 덕택에 한약이라면 진저리가 난다. 아버지가 집 주위에 약초를 많이 가꾸셔서 황소도 가을에 약초를 삶아서 먹였다. 왜냐하면 황소 두-세마리는 늦 여름 일 없을 때에 사서 가을과 겨울내내 잘먹여 봄에 내다 팔아야 서울 대학으로 유학간 오빠 언니 등록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봄에는 일철이라 소값이 비싸다.)

 그래도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미인이셨고 현대감각이 뛰어나고 휠씬 멋쟁이시다.(아버님께 죄송)어릴적에 귀에 못 따가리가 앉도록 들은 말씀이 “너그들 시대는 배워야 하고 알아야 사람을 부린다.”고 하시며 농사일이 아무리 바쁘셔도 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무슨 책이든 책만 들고 있으면 공부하는 것으로 아셨던 순수한 우리 어머니! 그립고 보고 싶다.

 내 어린시절 소꿉친구는 남강물. 버드나무. 나비 고무신,(나비 고무신 요즘사람들 알란가 모르건내. 검짱 고무신은 알란가.) 송사리, 올쨍이,(고무신은 필히 있어야 고기를 신발로 떠서 잡을 수 있다.)나무 막대기, 뒤로 누워서 하늘에 흘러가는 뭉개구름의 집은 어딘가 하고 쳐다보는 것,

 또 가지 나무에 가시가 손을 찌를까봐 따지는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입으로 반쯤 베어먹고 그대로 두는일, 과일이 열리면 아직 푸른 것을 따서 콩주워먹기 하는 일이 전부다. (그때는 장난이 심해서 많이 야단을 맞았다.)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화가 나면 천둥번개치고 비를 많이 뿌리는 줄 알았다.

 보통때는 햐얀 구름이지만 화딱지가 나면 금방 검은 구름으로 변하여 비를 뿌린다. 그리고 물이 무섭다 국민학교때 ‘사라호 태풍’이 몰아쳐 저녁 무렵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집에 물이 들어와 안방 중방까지 차서 파난을 가야했다.

 그때 우리집 황소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 석굴암에 있을 수도 없다. 마을까지 약2Km는 가야 하는데 칠흑 같은 밤이라 앞은 보이지 않고 비는 쏟아지고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지만 그때는 우리집 식구 생사가 걸려 있었다.

 어른들은 어린조카들 업고 목마 태우고 나는 황소 등에 타고 꼿꼿이 앉아서 물 속을 헤쳐나가는데 황소가 조금만 비칠거려도 살아 날 수가 없었다. 인간이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살고 싶은 욕망은 본능인가보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잡을대도 없는 소등을 얼마나 힘껏 잡았으면 조그만 손에 소털이 덕지덕지 붙었던 기역이 새롭다. 철들어 들은 애기지만 황소는 월래 물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단다. 지금은 구름과 운무가 아름답지만 그때는 비가 많이오면 우리 농사를 다 망치기 때문에 반갑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땅콩밭에 땅콩이 패여서 떠내려 가는데도 좋다고 팔짝팔짝 뛰어다녔으니 지금생각하면 걱정께나 들은 것 같다. 요샛말로 삶의체험현장이 너무 많다. 글 솜씨가 부족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쓸 것이다. 

 지금도 내방 조그마한 창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석굴암 탈출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니 할 일과 할 말이 너무 많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쉴틈이 없지만 두동자님들 핑계로 탈출 시도 성공!

 존경하옵는 스님 “애들이 얼마나 가깝하겠어예. 방학인께네 두 동자님 데리고 부산 여행이나 다녀 올까예.” 스님께서는 한참 절에 긴한 일이 없나 날짜를 꼽으시드니 다녀 오라신다. 오 탱쿠 벼랑 망치! 하고 손이 올라가서 딱소리가 날라 하는데 '휴가는 3일이예요' 하신다.

 에게게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 동자님들 데리고 도로 구경가는 것도 아니고 여행병을 치료하고자 모처럼만에 떠나는 나들인데 최소로 5일은 잡아야 될낀데 어떻하나! 이틀을 보너스로 더 주시라고 하자 어쩔수 없이 허락을 하신다. 반대하시면 노조라고 결성하고자 했는데 무사히 넘어갔다.

 세사람만 있으면 노조 결성이 된다니 나와 동자님 둘과 같이 ‘여행의 자유를 달라’ 하고 외치면 엄청난 큰바람이 불 것이기 때문에 미리 아셨나보다.(스님은 앞을 내다 보시니까 ㅎㅎ) 또 걱정이 생겼다. 작은 놈은 비행기를 타야 일기를 써서 학교에 자랑거라가 된단다. 큰놈은 엄니를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기차로 가잔다. (동생을 슬금슬금 보면서 동생이 이겼으면 하는 눈치다. 이놈아! 내가 눈칫밥 50년인데 니 마음을 모를까 고얀놈!)

 하지만, 성수기라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다. 두 동자님을 살살 꼬드겨서 기차를 타기로 결정을 보았다. 비행기는 과자를 못 사지만 기차는 과자를 파니까 많이 사 줄게 하니 금방 콧구멍이 벌렁벌렁 또 비행기는 TV가 없지만 기차는 TV가 있다고 했더니 좋아라 한다.(두 동자님이 비행기를 못타 봤으니 일단은 믿는다.) 하지만 어머니 체면에 점잖게 한마디 “애들이 크게 낭비하면 되것냐? 아겨야재 후제 크면 타라이.”하고는 기차로 출발!

 가는 날이 장날이라 비는 왜 그렇게도 오는지 5일동안 비속에 푹 젖어 성냥갑(아파트)속에 같혀 있다가 돌아 왔다. 나는 몸과 마음을 쉴수 있으니 좋고 비도 눈도 바람도 자연 그대로라 매력이 있어 좋고 거짓이 없어 좋고 다 괜찭은데 애들은 재미 없단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들의 여행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 나는 또 탈출을 꿈꾸고 있다. 이번에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이다. 아프리카배우들이 공연하는 전통민속 뮤지컬이다. 제목은 우모자(UMOJA)우리말로 ‘함께하는 정신’이다. 꼭 보고 싶은 공연이다.

 절에 있는 사람도 문화와예술을 즐길 수가 있다. 이런글을 쓰면 절에 살면서 뭘 그러나 하겠지만 기도가 부처님전에 엎드리는 것으로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모든 삶 속에 부처님이 계신다고 생각한다. 우리네 삶이 너무 인색하고 빡빡하기에 청산을 한번쯤 돌아보자. 돌아보면 살아 있는 문화예술품이 너무도 많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아침에 눈을 감는다. 너무 나쁜게 많아 보지 않으려고,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하늘을 본다. 너무 짐이 무거워 무너지지 말라고, 나는 이세상에 살고 싶어서 땅을 내려다 본다. 너무 품을게 많아 오염되지 말라고,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한송이의 꽃이 된다. 너무 아름다워 씨들지 말라고,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한 권의 책이 된다. 너무 많은 진리가 혼돈을 주지 말라고,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마음의 문을 연다. 연꽃같이 청순한 모든이들을 위하여!

 그리하여 백설처럼 희고 깨끗한 손으로 세상을 닦아내고 모두 다 행복한 웃음으로 아름다운 그리움을 남기자. 내가 아는 모든이들은 메밀꽃처럼 향기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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