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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님 전상서
글쓴이 석굴암 등록일 2010-01-30
첨부파일 조회수 788

                     어머님 전상서

    어머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지금 이곳의 날씨는 무척 춥습니다. 어머님 계신 곳은 어떻습니까? 이곳 날씨가 추워지고 또 한해가 저물어가니까 그 추운 계절에 찬바람 따라서 갑자기 먼 곳으로 떠나버리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해서 몇 자 소식 전해봅니다.

    저는 어머님과 헤어지기 한 달 전에 결혼 했잖아요? 그건 아시잖아요. 당신 큰 아들 결혼 시키는 것이 어머님 이곳에 계시는 동안의 지상과제셨잖아요. 어머님 떠나신 후로 좋은 직장에 취업 했고 아이까지 둘 낳아 키우고 있고 그 아이들, 어머님손자가 이제 취업도 했고 장가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늦게나마 ‘부처님 법’을 만나 ‘금륜(金輪)’이라는 법명도 받았고, 부처님께서 인도하신 길을 찾아 동생들과 배곯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자식들 걱정일랑 말아주세요. 제가 행복 하다고 느껴질수록 어머님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우리 어머님이 계신 그곳은 추위도 더위도 없고, 수 억겁이 지나도 마르지 않은 팔공덕수가 철철 넘쳐흐르고, 수 천 수 만 가지 꽃과, 황금색 태양과 너울거리는 아지랑이와 일곱 빛깔 무지개가 영원히 지지 않은 그런 세상이라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굶지 않아도 되니 배고픔의 고통도, 병이 없으니 육신의 고통도 없는 세상이라지요? 우리 어머님은 그런 세상에서 영원히 사실 수 있는 자격이 있으십니다. 그럼에도 어머님과 이곳에서 좀 더 오래 같이 살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니 어떡합니까?

   어머님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어머님과 헤어지고 지난 세월이 어느덧 27년이나 되었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선도 경계도 없는 세월이란 공간이 참으로 무상한 것 같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나 봅니다. 지내놓고 보니 그 세월이란 것도 역시 별거 아닌 것 같네요. 어머님과 헤어질 때는 이제는 영원히 어머님을 볼 수 없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제가 잘못생각하고 있었네요. 이곳에서 표현하는 나이라는 것이 들어갈수록 이제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 뵈올 날이 언젠가는 오겠구나. 나도 언젠 가는 그쪽으로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어머님 태를 벗어나 같이 숨쉬고, 말하고 살아온 날을 계산해보니 겨우 15년 남짓이네요. 그 15년 동안과 내가 어머님 품을 벗어나 살아온 16년 동안에도 나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그저 철부지였고 나밖에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그저 불효자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님께서는 나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어머님은 정말 바보셨어요. 그건 짝사랑이었거든요. 나는 어머님을, 어머님이 나를 사랑한 만큼 사랑할 줄도 몰랐거든요. 어머님께서 나에게 밥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서 밥을 굶으실 때도 그랬었고, 어머님께서 밥이 없어서 들판에 나는 봄풀을 나물이라고 삶아 드시고 얼굴이 퉁퉁 붓고 피부가 가려워 긁고 있을 때도 나는 그랬었고, 내가 집 떠나 살 때 어머님께서 헐벗고 굶주리면서 돈을 보내주실 때도 그랬었습니다. 그저 불효자였을 뿐이었습니다.

   어머님 그렇게 좋은 곳에 계신다고 해고 어딘가 허전하시고 외로우시지요? 그래도 자식이라고 보고 싶으시지요? 어머님 이제 다시 만나면 멍들었던 가슴도 풀어드리고 말벗도 되어 드릴께요. 그리고 이곳에서 못해드렸던 생신, 회갑, 칠순잔치도 한꺼번에 다 해드리고, 내 평생 못해보고 다만 부럽게만 느껴졌던 작은 효도라는 것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2009년을 보내면서 어머님 큰아들이

친구야 나의 친구야
송학사 / 김태곤(7080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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