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끗한 그 마음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自淨其心 是諸佛敎  - <법구경>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어리석은 마음으로 인해 고통의 바다(苦海)를 헤맨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쉽지 않다. 오히려 고해에 더욱 깊이 빠지고 만다. 고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마음을 맑히는 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법구경>에 나오는 ‘자정기심(自淨其心) 시제불교(是諸佛敎)’는 불교의 이 같은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무명(無明)을 없애고 탐욕을 끊는 수행의 근간이 바로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출가자는 물론 사바세계에 사는 재가불자들도 늘 마음에 새겨 수행의 지침으로 삼았으면 하는 경구이다.

지난 2005년으로 기억된다. 두 번째 1000일 기도를 회향하고 양평 상원사에 대중공양을 가는 길에 ‘자정기심’의 가르침을 직접 체험한 적이 있다. 급히 등기우편을 보낼 일이 있어서 시골우체국에 들렸다. 봉투를 가지고 오지 않아 봉투가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봉투가 쌓인 곳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주소를 적다가 그만 잘못 쓰고 말았고, 하나를 다시 뽑아 주소를 옮겨 적었다. 등기우편을 접수하고 나서, 봉투 값이 얼마인지 직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직원이 “계산 했는데요”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잘못 쓴게 있어 한개 더 사용했는데 그 값도 내야죠”라고 재차 물었다. 직원은 “그것까지 계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봉투를 두 개나 사용한 것을 언제 보았는지 모르겠다. 등기우편료 외에 봉투값까지 계산했다니 직원의 ‘눈썰미’가 보통은 아니었다.

‘自淨其心’ 불과 넉자지만

뜻 깊어 자주 음미… 

재가불자도 마음에 새길 경구

일을 마치고 우체국을 나오면서 ‘자정기심’의 가르침이 문득 떠올랐다. 비록 봉투 한 개에 몇 십원 밖에 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직원에게 값을 물어보지 않았으면,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몰랐을 것이며 봉투 값을 몰래 떼먹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우체국 직원이 바라보는 시선을 떠나 나 스스로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예를 좋아하는 나는 경전 구절을 자주 쓴다. 그 가운데 ‘자정기심’을 즐겨 쓰는데, 시골 우체국에서의 작은 경험 이후에 더욱 자주 쓰며 그 의미를 음미한다. 늘 깨끗이 스스로의 마음을 맑게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신도들에게도 ‘자정기심’의 부처님 가르침을 강조한다. ‘자정기심’이 불과 넉자에 지나지 않지만 담겨있는 뜻만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핵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음을 갖는 일이 쉽지는 않다. 때문에 순간순간 번민하고 고뇌하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은 무명이 탐진치(貪瞋痴) 삼독에 의해 생긴다고 지적했다. 탐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때문에 중생들은 번뇌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반대로 마음을 맑히고 깨끗하게 하면 탐진치 삼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렇게 되면 번뇌를 제거하고 무명이 사라져 광명세계(光明世界)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정도(正道)이자 지름길이 바로 ‘자정기심’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른 이를 속이는 일도 나쁘지만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임을 불자들은 특히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 제자로 살아가는 바른 자세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 2731호/ 6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