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홈 > 참여 마당 > 공지사항
 
제목 특별기고 도일스님/ 양주 석굴암 주지
글쓴이 석굴암 등록일 2009-12-15
첨부파일 조회수 1175

도일스님/ 양주 석굴암 주지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복원 불가 탐방로 개방하면 훼손은 ‘불 보듯’ 세번째 1000일 기도에 들어간 지 어느덧 600일을 넘어섰습니다. 아름다운 오봉산에 자리한 천년고찰이며 전통사찰인 석굴암에서 일체 바깥출입을 금하고, 오직 부처님께 기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아무런 마장 없이 원하는 일을 원만하게 성취하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생명도 소홀하지 않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긴 채 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며 밤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들이 떨어지는 마당에 서서 많은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천년고찰이며 전통사찰로 역대 선지식들이 주석하고, 수많은 불자들과 국민들이 지켜오고 가꿔온 오봉산 석굴암과 우이령이 지금에 와서 심각한 상처를 입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양주시 등 관련 당국이 우이령에 탐방로를 개설한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소식이 산사까지 들려왔습니다.

 

 일부 일간지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우이령 탐방로를 신나게 달려보자는 어처구니 없는 보도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1968년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간첩의 침투로로 이용된 후 폐쇄된 우이령을 국민들을 위해 개방하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40여 년간 출입통제구역이 되었기 때문에, 우이령은 다른 곳과 달리 소박한 옛길의 정취를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산허리를 자르고, 산길을 파헤치고, 오솔길을 넓혀 아스팔트를 놓는 등 ‘인간 위주의 욕심’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벌써 잊어버렸나 봅니다.

 

 한번쯤 석굴암을 찾아온 분들은 “서울 근교에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곳이 없다”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거대한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포위된 서울에서 불과 30분도 안 되는 곳에 ‘산골’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이령과 석굴암은 각박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평화를 주는 곳입니다.

 

 어찌 보면 1000만 명의 서울시민과 1200만 명의 경기도민에게는 마지막 남은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소박하고 아름다운 우이령’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훼손하려고 하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입니다.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탐방로를 개방한 후에는 또 다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도로를 넓히고, 아스팔트 포장을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전국에서 몰려온 등산객과 자동차로 우이령은 매연과 소음으로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지금 우리 세대에서 아름다운 우이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밤을 하얗게 새우는 일이 많습니다. 법당에 들어가 기도를 할 때면 부처님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없어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세상 일과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것이 출가수행자의 본분이지만, 우이령을 보존하는 일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다른 지역이나 사찰에 수행환경 훼손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의 일’로 여겼던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공업(共業)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1000일 기도를 하면서 저는 한 가지 원력을 추가했습니다.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이령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하게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물론 그 길이 험난할 것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양주시 등 관계 기관이 우이령 탐방로를 개방하고, 나아가 도로를 확포장하려는 시도를 하루빨리 철회할 것을 정중하고도 엄중하게 요청합니다. [불교신문 2513호/ 4월1일자] 2009-03-28 오전 10:15:16 / 송고

석굴암 카페개설 및 이용에 대하여 알려드립니다.
“우이령 탐방로 개방 철회하라”

(11523)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석굴암길 519 (교현리)
전화 : 031-826- 3573 | 팩스 : 031-826-5938 | 이메일 : 1250nahan@hanmail.net
COPYRIGHT 2008 BY Sukgulam.com ALL RIGHTS RESERVED.SERVED.